" 홀로서기 " 정민이의 홀로서기 부여 여행
" 홀로서기 "
며칠 전부터 꼼꼼하게 챙겼다.
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버스노선부터 도보시간까지
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챙기는 정민이의 눈빛이
예사롭지가 않았다.
재량휴업이면 푹 쉬고 놀고 싶을텐데 정민이는
사서 고생을 계획했다.
목적지는 부여 부소산의 낙화암이다.
왜 ? 낙화암이냐니.. 얼마전에 읽었던
사금파리 소년이란 역사소설속에 나오는 장이의 모험을 따라 가 보고 싶은 마음과 힐링을 위한 여행이란다.
아니 아직 어린애가 무슨 힐링~??
그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.
두 달 꼬박 세종으로 학교를 통학하며
야간 실기 연습까지…
아마도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쉼이 필요했던 모양이다.
정민이 가방엔 간식과 물병 그리고 약간의 용돈을 들고 이른 아침부터 베낭여행을 홀로 시작했다.
자가용을 이용하면 1시간 정도면 갈 거리를
왕복 6시간을 넘게 고생을 사서하는 것이다.
우리 부부는 묵묵히 지켜만 보았다.
그것도 멀리뛰기 위한 작은 움직임일 수 있으니
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.
빼곡히 적힌 스케줄을 보며 일정을 점검하는 모습이
제법 의젓해 보였다.
그렇게 정민이는 혼자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까지 타고 생각여행을 단행한 것이다.
사실 뭐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여행이지만 혼자 계획하고 실행하기까지는 대단한 의지력이 필요하다.
때론 어른들도 게으르즘에 빠져 움직이기 싫을때가
있는데 정민이의 발걸음은 가벼워만 보였다.
중간중간 연락도 취하고 사진도 찍어 보내며 제법 어른스럽게 계획을 잘 수행했다.
외할머니댁이 가까이 있어 찾아 뵙고 인사도 드리고
거한 점심도 얻어먹고 왔다.
정민이는 이제 서서히 홀로서는 연습을 하고 있다.
부모의 역할이란 아이가 스스로 서서 자신의 길을
즐겁고 행복하게 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고,
울타리가 되어주고, 지지자가 되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.
이제 우리 부부는 멀리서 정민이가 가는 길을 기켜보며 응원하고 기도할 것이다.
그 길이 험할 수도 있고 덜컹거릴 수 있지만 스스로
개척해 나가도록,
그 길이 멀어 지칠 수 있지만 기도하며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,
고뇌의 동산에서 오랫동안 머물지라도 더 멀리 볼 수 있는 눈으로 다시 일어서기를 기다릴 것이다.
누군가를 돕는 자리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고,
자신의 것을 주저없이 내밀 수 있는 마음 따뜻함을
가지고 모두를 아우르도록,
먼저 달려가 선취하기보다는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손을 맞잡고 걸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를 기도할 것이다.
마음 따뜻한 음악가가 되기를…
누군가를 위한 선율로 감동을 자아내는 손짓이 되기를…
험한 세상에 아름다운 향내를 풍기는 작은 들풀이라도 기꺼이 될 수 있는 아량있는 삶이길 기도한다.
그렇게 정민이는
오늘도 큰 마음으로 한 뼘씩 자라고 있다.
홀로서기 부여 여행... 2021. 5. 3